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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노동자는 국회의원 될 수 없나?

기사승인 2017.07.18  10: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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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이론과 쟁점②] 어떤 민주주의 1 : 대의제 민주주의의 허와 실

▲1754년 영국 옥스퍼드 선거를 풍자한 호가스의 그림. 선거가 민주주의의 영역 속에 들어온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술에 잔뜩 취한 이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고, 한쪽에는 깃발이 보인다. 어떤 사내는 창문 밖의 다른 색 깃발을 향해 당장이라도 의자를 집어던질 태세다. 술을 나르는 젊은 시종은 술에 취한 이들이 못마땅한 듯 잔뜩 인상을 쓰고 있다. 영국의 풍자화가 호가스가 1755년에 그린 ‘선거향응’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1754년 옥스퍼드 선거를 풍자한 것이다.

당시 영국은 투표권자가 인구의 5%도 되지 않았고, 지금처럼 곳곳에 투표소가 설치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유권자를 직접 투표소가 있는 곳까지 데려와야 했고, 투표 날까지 접대해야 했다. 호가스의 ‘선거향응’은 당시 영국 선거가 최대한 많은 투표권자를 불러 모아 선거 날까지 향응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만이 당선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도시국가가 제국에게 하나둘씩 점령되고 데모스의 규모와 다뤄야할 의제가 확장되면서 우리를 지배할 규칙을 직접 논의하는 방식의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주권을 위임받을 이들을 뽑는 대의민주주의로 바뀌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 선거라는 제도가 등장한 것은 13세기 영국에서 왕의 권력집중에 반대한 귀족들이 봉건적 권리를 요구하면서부터다. 선거는 애초 특수한 계층, 즉 특별한 신분이나 재산을 가진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것이었다.

이런 선거에 민주적인 성격이 부여된 것은 노동자와 여성, 흑인들을 비롯해 배제된 자들의 격렬한 보통선거권 쟁취 투쟁 때문이었다. 그러나 점차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가 넓어졌음에도, ‘누구나 투표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당선될 수 없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대의제는 데모스 전체를 대의하고 있는가?

선거로 대표자를 뽑는다고 해서 그 형태가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는 수평적 수준의 민주주의로, 선거로 구성한 의회가 얼마나 국민 전체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할 수 있느냐다. 이른바 ‘정당체제의 민주화’에 관한 쟁점이다. 애초, 대의제의 구성은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사회적 갈등과 균열을 편파적으로, 즉 가치와 정책의 모둠을 비례적으로 의회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정당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나라가 매우 많다. 대표적인 나라는 대한민국.

승자독식형 단순다수대표제를 선택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2001년 7월19일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146조2항에 대해 위헌임을 확인함으로써 2002년 지방선거부터 1인2표제인 일본식 독립형 혼합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비례의석수가 지나치게 작아 단순다수대표제의 특성은 여전히 지배적으로 나타난다.

단순다수대표제의 오묘한 위력은 사회적 소수파를 정치적 다수파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투표율이 50%라고 가정했을 때 이론적으로 전체 유권자의 25% 표만 얻으면 어떤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다. 나머지 75%의 유권자가 그 25%를 경멸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각종 조직과 미디어에 대한 영향력을 보유한 사회적 소수파는 인구의 25% 지지만 동원해도 무소불위의 정치적 다수파로 거듭난다. 이상하게 설계된 선거제도를 통해서 말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항상 1당과 2당은 자기가 얻은 득표수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했고, 3당 아래의 정당은 항상 자기 득표보다 적은 의석수를 배정받거나 원내진출에 실패했다. 여기에다 국회 20석 이상의 정당에게만 부여하는 원내교섭단체 중심의 국회운영은 또 하나의 장해물이다. 결국 한국 정치체제는 신진세력에게 불리한 선거운동방식과 선거법 등 의회구성 방식, 원내교섭단체 제도 등 국민의 의사가 비례적으로 반영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 3가지 장벽으로 만들어 진다. 

▲신진세력을 국회에 진입하기 어렵게 만든 선거법 등 제약과 원내 교섭단체 중

심의 국회운영은 민의를 왜곡하는 체계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비례민주주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최소한 유권자의 투표수와 의회 구성의 등가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왜 이것이 이뤄지지 않을까? 그것은 불합리한 선거법으로 인해 누군가 손해를 보고 있다면,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치권력의 다수파, 사회적 소수파가 그들이다.

두 가지 간접민주주의

하지만 우리가 잘 고안된 선거법을 도입해 최소한 유권자의 의사와 의회 구성의 비례성을 구현한다 하더러도 쟁점은 남아 있다. 바로 정치적 권리를 ‘위임받은 자’와 ‘위임한 자’ 사이의 수직적 차원의 민주주의 문제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접(대의)민주주의의 두 가지 형태를 살펴봐야 한다. 정치학자 마넹은 ‘간접적’이라는 말이 어떻게 다르게 사용되는지를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전령이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서신을 전달할 때, 두 사람은 ‘간접적’으로 의사소통을 한 것이다. 한편, 어떤 고객이 예금구좌에 돈을 예치하고 은행이 자신의 돈을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면, 그 고객은 돈의 주인이지만 ‘간접적’으로만 자신의 돈을 쓸 수 있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 사례는 대의민주주의에서 이뤄지는 두 가지 정치적 위임의 은유다. 서신을 전달한 전령은 수신자에게 발신자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개입할 수 없는 반면, 은행은 예치된 돈을 예금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신의 투자처에 대해 자유롭게 사용한다. 전자가 선출된 대리자가 자기를 선출한 유권자의 명령을 의회에서 재현하는 ‘명령위임 원칙’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선출된 대표자가 유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오직 자기 판단에 따라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자유위임 원칙’을 의미한다.

현실에서 이 두 가지 이론은 조금 다르게 활용된다. 명령위임의 경우 대의체제에서 이뤄지는 모든 결정과 합의에 대해 일일이 유권자의 의사를 묻는 것이 불가능하고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필요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통제’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가 국민투표, 소환, 발안제로 알고 있는 제도들이 그것이다.

▲한국의 경우 지방자치제에는 명령위임원칙에 의거한 주민투표나 소환제가 도입돼 있지만, 국가수준에서의 국민투표, 소환, 발안제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 87년 헌법이 자유위임원칙 아래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사진 : SBS뉴스 캡처]

이런 제도는 흔히 ‘직접민주주의’로 불리지만 엄밀히 말해 대의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半)직접제, 또는 반(半)간접제로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한국의 경우 이런 제도는 지방자치제에만 적용되고 있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 헌법 46조2항(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은 자유위임원칙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다수설이다.

엘리트 민주주의, 민주주의일 수 있는가?

주권의 자유위임이 특히 문제인 것은 이것이 민주주의와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립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이론의 주류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는 다원주의 민주주의 이론은 정치를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투쟁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즉, 사회적인 이해관계자들이 의회를 구성하고 서로 갈등하거나 타협한 결과를 국민 전체의 의사로 간주한다.

이런 논리에서는 대의체에 투입되는 대표들이 고도로 전문화한 엘리트여야 한다. 당연히 이들의 판단은 ‘평범한’ 보통 국민들보다 우월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국민은 의회를 구성하는 선거에만 참여할 뿐 그들의 통치과정에는 개입하지 못한다. 엘리트 민주주의론자인 슘페터는 이렇게 말한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대표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지시하려는 시도를 삼가야 할 뿐만 아니라 대표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어떤 시도도 삼가야 한다. 예건대 대표에게 편지나 전보 공세를 퍼붓는 행위도 마찬가지로 금지되어야 한다.”

한때 뉴라이트 운동의 이론적 지주 역할을 했던 한 교수 역시 “집은 건축 전문가가 짓고, 프로그램은 컴퓨터 전문가가 짜며, 옷은 전문디자이너가 만들 듯이 정치도 전문가가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일반 국민보다 똑똑한 사람이 내린 결정이니 그들보다 열등한 것으로 간주된 일반 국민이 왈가불가하는 것은 정치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합리성을 가지려면 전체 국민의 의사보다 엘리트의 판단이 다양한 측면에서 옳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경험에서 볼 때 이 주장의 타당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선출된 엘리트가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전문성과 양심에 따라 정치활동을 전개한다는 것 역시 명백하게 사실과 다르다.

지금 우리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이 사회적으로 공인된 자격 측면에서 일반 국민보다 우월한 것은 사실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이 다수이며 교수나 전문직이 많다. 그러나 이들의 학력과 학벌, 재산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릴 능력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은 정말 이들보다 올바른 정치적 결정을 내릴 능력이 없는 걸까?

민주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일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만 작동하는 체제다. 이 전제가 틀렸다면 선거결과 역시 신뢰할 수 없다. 차라리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적절하게 설계된 자격고사를 도입하면 될 일이다. 좋은 생각이라고? 좋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것을 민주주의로 참칭할 필요는 없다. 플라톤처럼 민주주의는 중우정치이며 철인이 정치를 독점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솔직해지자.

대의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미국의 2대 대통령과 1대 부통령을 역임했고 독립선언서 기초위원이었던 존 애덤스(John Admas)는 미국이 만들어야 할 의회가 “국민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하고 행동함으로써, 국민의 정확한 초상화, 축소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효율성과 전문성, 리더십이 중시되는 행정부와 달리 의회의 역할은 원래 국민 전체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의회의 모습은 일반 국민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다.

그들이 받는 임금과 수당, 각종 특혜만이 아니라 출신 직업부터 다르며, 교육수준과 그들이 경험한 문화, 인적 네트워크도 특수계급에 가깝다. 지금 우리의 국회는 국민의 초상화와는 전혀 닮아 있지 않다. 우리는 국회에서 소수의 열정적이며 헌신적인 의원들을 목격하기도 하지만 300명 중 다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조차 없다.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는 항상 꼴찌다. 그들이 대변한다는 국민의 평가가 그렇다.

최근 어떤 국회의원이 급식노동자에 대해 ‘밥하는 동네 아줌마’라고 폄훼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원래 민주주의에서 의회는 밥하는 동네 아줌마도 의원이 되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은 민주노동당 초기에나 목격된 일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우리가 경험한 의회는 최대한 평범하지 않은, 사회적 특권계급에 속하는 사람들만 들어가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의회는 전체 국민의 초상화나 축소판처럼 존재해야 한다. 당연히 밥하는 아줌마도 의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을 폄훼하는 이들이 가득 찬 국회는 국민과 닮지도, 대변할 수도 없다.

1987년 6월의 거리에서 대통령 직선제와 자유주의적 대의제의 복원은 민주주의였지만, 3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민주화해야할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발전해왔다는 말도 된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적 대의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던 진보정치는 보다 민주적인 대의제를 자기부터 구현해 왔을까?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성찰해 보기 전에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 민주주의에 대한 또 하나의 왜곡과 변형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자유주의적 변형의 반대편에 서 있는 권위주의 정치 이야기다. 

손우정 성공회대 사과연 연구위원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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