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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재인 정부, 이대로라면 남북회담 열지 못한다

기사승인 2017.07.26  11: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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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인정범위 벗어나 과감한 대북 관계개선 조치 취해야

▲사진 : 뉴시스

정부의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의에 대하여 북한의 공식적 답변이 여전히 나오고 있지 않다. 이미 21일로 제안한 군사회담은 무산되었다. 내달 1일로 제안한 적십자회담 역시 지금 봐서는 난망이다. 이를 두고 갖가지 추론이 무성하다. 정부는 북이 “회담 제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거나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대응전략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식으로 안일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나마 진전된 분석이 군사회담의 경우 북한이 내달 예정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포함한 역제안 가능성, 또는 “자신들이 정해놓은 일정표대로 가겠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정도이다. 반면 적십자회담 관련해서는 북한이 왜 아무 답변이 없는지 해외식당 여종업원 문제 등 원인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전향적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남북군사회담 제안에 북의 반응이 없는 것은 북미간 긴장이 북한의 화성14형 ICBM 시험발사 이후 최고조에 이르고 있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기조가 전임 박근혜 정부와 별 차이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화성14형 ICBM 시험발사 이후 북과 대화와 타협을 주장하는 전직 고위관료나 전문가들과 달리 정부 차원에서는 유례없는 대북제재와 압박, 군사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 경제를 고사(枯死)시킬 내용을 담았다는 유엔 결의안 추진, 북과 거래한다는 중국 기업 100여 곳에 대한 독자적인 세컨더리보이콧 준비, 8월 말부터 북한 여행 전면 금지,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의 사실상 북한 정권교체 추진 발언, 미얀마 등 북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거래단절 압박 등이 그렇다. 북과 전면적 대결을 준비하는 흐름이다. 특히 조셉 던포드 미 합참의장의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은 (북이)핵무기를 콜로라도 덴버에 떨어뜨리는 능력을 허용하는 것”, “내 임무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군사적 선택방안들을 개발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군사조치 시사 발언은 긴장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항간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 대피 지침까지 내려졌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북한도 이에 대항해 유엔제재 결의 시 후속조치 공언, 추가적인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정황, 잠수함의 장기간 동해 잠항, 대동강맥주 축전의 갑작스런 취소, 그리고 폼페오 국장 발언에 대해 “미국 심장부 타격” 등 강경대응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만약 미국이 최고 수위의 제재나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북한이 일부 보도대로 7.27이나 8월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추가적인 ICBM 시험발사 등을 한다면 정세는 거의 폭발 직전에 이를 것이다.

보다 직접적 원인은 북한 공식 매체들의 거듭된 비판에서 확인하듯 문재인 정부의 대북기조가 북 비핵화를 목표로 한 대북 제재와 압박 중심이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서로가 수용할 수 없는 기본 입장을 견지한 조건에서는 설사 군사회담이 열린다 해도 합의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오히려 합의 불발시 그 책임을 둘러싼 갈등만 더 키울 수 있다.

사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25일 민족화해협의회 명의의 9개항에 달하는 남한 당국에 보내는 ‘공개 질문장’에서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비방중상 무조건 중단 ▲남북 군사적 충돌위험 해소를 위한 실천적 조치 등 군사부문에 관한 남쪽 정부의 입장 변화를 요구한 바 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회담과도 연관된다. 과거 같으면 북한이 이를 받아 군사회담이 열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한반도 정세가 북미간 최종결단을 요구하는 막바지 국면에 이른 만큼 문재인 정부에게도 적대적 대북기조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것으로 읽힌다.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정세논설에서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그 무슨 관계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였다.

적십자회담은 북측이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북한은 지난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고위관리를 통해 “김련희와 여성 12명이 즉각적으로 송환”을 남북 “인도주의 협력”의 원칙적 요구로 제기하였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들이 국정원에 의한 유인납치라는 반인륜적 범죄에 당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송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정원, 통일부 등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국내에 들어왔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입증할 구체적 조치는 하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언론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이들의 북한 내 가족에 위해가 가해질 수 있고, 본인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입장은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북한 태영호 주영공사에 대한 조치와는 완전히 다르다. 태영호 공사 역시 북한에 가족이 있지만 여러 차례 언론과 인터뷰하였다. 이것은 북측 여종업원 문제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유엔에까지 들고 갈 정도로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은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이고 안일하다. 이 사건은 이전 박근혜 정권에서 발생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과 다른 촛불정부를 자임하고 있다. 털고 가야 한다. 그대로 뭉개고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당당하다면 북한 여종업원들이 언론 인터뷰라도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반면 잘못이 있다면 정부 스스로 제1의 국정과제로 내세운 적폐청산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한 책임 있는 조치가 없다면 적십자회담은 물론 남북관계는 진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부당하게 억류하고 있는 우리 여성공민들부터 지체 없이 돌려보내야 한다”, “남조선당국이 이 요구를 무시하고 반공화국 인권모략소동에 매달린다면 북남관계는 파국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북미간 대결이 날이 갈수록 긴장을 더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이렇다 할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인정하는 범위라는 틀 내에서 제한적, 부분적 긴장완화 방안만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과의 대결을 강화하면 문재인 정부가 그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열고자한다면 미국이 인정하는 범위라는 틀을 깨고 과감한 대북 관계개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의 중단과 북한 여종업원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통해 고조되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 이로 인해 한미관계에 다소간 불협화음이 생기고 수구세력이 반대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남북화해의 새 장을 여는 길이요,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길이다. 갈등 없는 역사의 전진은 없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시도는 오히려 모두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 세계적 시대 흐름은 각국의 자주와 주권 강화다. 이 길에 부합하는가 여부가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지위를 결정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시대를 읽는 통찰과 현명한 대응을 기대한다,

현장언론 민플러스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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