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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조세체제 : 거주지주의와 원천지주의

기사승인 2017.08.03  11: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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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주지-원천지주의 이중구조 틈새서 다국적기업들 조세회피 일상화

지난 6월말 유럽연합(EU)이 구글사에 수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계기로 미국과 EU 사이에 ‘조세전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국제적 논쟁이 본격화된 것은 물론, 미국의 디지털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 국제조세체제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는 OECD가 2년여의 연구 끝에 지난해 BEPS 개혁안을 발표했으나 조세회피 단속 조항들을 문제 삼은 미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주요국들은 이보다 진전된 조세개혁, 조세조약 등을 통해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에 대처하려 나서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문제는 국내도 예외가 아니어서 김성혁 금속노조 연구원장의 몇 차례 연재글을 통해 실태를 알아보고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

국제조세체제는 국가간 이해관계로 인해 WTO와 같은 단일한 국제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미 조세조약, 한-벨기에 조세조약, 한-중 조세조약처럼 국가간 1대1로 3천여 개의 양자간 조세조약을 맺어 국제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과세하고 있다. 

한편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배려하는 국내 세법으로 인해 조세회피를 방치하기도 한다. 

영국의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여 공장을 설립하고 그 지역에서 공산품을 팔면 소득이 발생한다. 이 소득에 대해 영국과 현지 정부는 서로 과세하고자 한다. 영국은 그 기업의 경영이 이루어지는 장소의 국가가 과세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16세기 이래 수백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광대한 영토를 차지했다. 아래 세계지도에서 적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영국 식민지의 최대 판도를 나타낸다. 1876년 영국의 식민지 인구는 2억5천만 명, 1914년에는 4억에 달하는 사람들을 그들의 식민지배 아래 두었다. 18~19세기 영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산업혁명을 주도하여 원료를 식민지에서 싸게 가져오고 공산품을 비싸게 식민지에 팔았다. 

[그림1] 대영제국의 식민지 최대 영토

자료 : 위키피디아에서 재작성

당시 세계를 지배했던 대영제국은 식민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영국 기업에 과세하기 위해 거주지주의(자국민의 세계 소득에 대해 과세))를 채택하고, 법인의 거주지 기준을 관리장소(회사의 주요 의사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리는 장소)로 설정하였다. 이에 따라 188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법인을 등록하고 현지에서 사업을 수행한 다이아몬드 다국적기업 드비어스는 런던에 관리장소인 이사회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영국 거주기업으로 간주되어 영국에서 과세하였다. 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당시 세계 최대 자본 수출국인 영국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었다. 

거주지주의 과세(residence taxation principle)는 소득을 취득한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거주자에게 귀속되는 소득은 국내와 해외를 구분하지 않고 동등하게 과세하며, 비거주자에게 귀속되는 소득은 국내에서 발생하였더라도 과세하지 않는다는 속인주의(식민지에서 외국인거주지 치외법권) 개념을 적용한다. 반면 원천지주의 과세(source taxation principle)는 소득의 발생지에 초점을 맞추어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은 자국민과 외국인을 구분하지 않고 동등하게 과세하며, 국외에서 발생한 소득은 과세하지 않는다는 속지주의(영토주의) 개념을 적용한다. 쉽게 설명하면 대영제국이 모든 식민지에서 벌어들인 자국민(자국기업)의 소득에 과세하는 것이 거주지주의이며, 인도 정부가 인도의 국토 내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원천지주의이다. 

일반적으로 거주지주의는 자국 기업의 전 세계 소득에 과세하므로 다국적기업의 본사 소재지인 선진국에 유리하다. 역사적으로 자본을 수출하거나 식민지를 거느린 나라들은 거주지주의를 채택하여 자국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거나 제공한 자본과 지적재산권에 대하여 이자, 배당, 사용료소득을 징수하여 왔다. 

반면 원천지주의는 자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과세하므로 자본수입국인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들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거주지국, 원천지국, 다국적기업 3자의 각축 관계 속에서 조세 제도의 유·불리는 계속 변화해 왔다. 

국제조세의 관점에서 볼 때 국가는 자국 거주자에 대해 또한 자국 영토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거주지주의 및 원천지주의에 입각한 이중의 과세 기반은 거주지국과 원천지국에서 동일한 소득 기반에 대하여 이중의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는다. 세제가 미처 정비되지 않았고, 국제적 교역과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이중과세의 가능성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러나 교통과 기술의 발달로 무역과 자본의 이동이 확대되고 거주지-원천지 간 과세권 충돌이 발생하면서 이중과세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모델 조세조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1925년 국제연맹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소득 및 사업소득은 원천지국(속지주의)에서, 투자소득은 거주지국(속인주의)에서 과세권을 갖는 것으로 자본 채권국과 채무국 사이에 이해조정이 이뤄졌으며,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채택하였다. 이어서 1928년 국제연맹 모델조약은 원천지국에 상당한 과세권을 인정하였으나, 당시 국제자본 이동의 대부분이 고정시설 투자를 포함하지 않는 포트폴리오 투자(고정사업장이 없음)로서 거주지국이 과세권을 가지므로, 원천지국의 과세권 확대 장치는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1935년 국제연맹의 초안 협약은 배당, 이자 등 투자소득을 제외한 기업의 모든 소득을 사업소득으로 규정하고, 고정사업장을 기준으로 과세하게 하여 원천지국(속지주의)에 유리한 내용이 추가되었으나 자본수출국들의 반발로 채택되지 못했다. 국제연맹의 모델조약은 전후 UN의 모델조약으로 승계되었다. 

그러나 UN 모델조약이 거주지-원천지 간 이해충돌을 해결하지 못하는 동안, 부자나라 클럽인 OECD는 선진국 회원국들에 적용할 모델조약을 1977년에 작성하였고, 경제여건 및 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차례 수정을 거쳐 2010년 모델조약에 이르렀다. 현재 세계적으로 양자간 조세조약들 중 약 75%가 OECD 모델조약을 준용하고 있다. 

OECD 모델조약에서는 부동산소득에 대해서만 100% 원천지 과세(속지주의)를 허용하고 나머지 소득에 대해서는 대부분 거주지 과세(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표1] OECD 모델조약의 소득유형별 과세원칙

출처 : OECD(2010) 모델조세조약

구체적으로 [표1]을 보면, 거주지주의 과세원칙이 적용되는 유형은 ‘사업소득’, ‘국제운수소득’, ‘사용료소득’, ‘독립적인 개인용역소득’, ‘양도소득(선박, 항공기)’, ‘협약에 규정되지 않은 기타소득’ 등이다. 다음으로 '배당소득'과 '이자소득', 그리고 '종속적인 개인용역소득'에 대해서는 거주지 과세가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원천지에 일부 과세권을 부여한다. 사실 원천지주의 과세원칙이 온전히 적용되는 유형은 ‘부동산소득’과 ‘양도소득(부동산 및 동산)’뿐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부동산 모기지소득이나 부동산주식에 대한 거래는 투자소득으로 분류되어, 실제 부동산관련 거래이지만 원천지주의 과세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업소득은 국제거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유형인데, 원칙적으로 거주지주의 과세이며 고정사업장(영업소, 공장, 광산 등 생산이나 거래를 위한 물리적 거점)이 있을 경우에만 원천지 과세를 허용한다. 그러나 고정사업장이 있어도 [표2]와 같이 각종 예외조항을 신설하여 원천지주의 과세를 제약하고 있다. 

[표2] 고정사업장 예외 조항

출처 : OECD(2010) 모델조세조약

UN은 개발도상국들의 요구에 따라 선진국 주도의 OECD 모델의 문제점을 보완하였다. UN 모델조약(2005)은 OECD 모델조약에 비해 개도국의 입장을 많이 배려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에서 OECD의 ‘고정사업장 귀속주의’(원천지국에 고정사업장이 있고 그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서만 원천지국에서 과세하며, 해당 소득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지 않는 경우 그 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대신에 ‘고정사업장 총괄주의’(고정사업장을 통한 사업활동으로 인해 원천지에서 획득한 소득뿐만 아니라 동 고정사업장과 유사한 사업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소득도 동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으로 본다. 예를 들면 모회사에서 고정사업장이 취급하는 상품과 유사한 상품을 고정사업장을 통하지 않고 원천지에서 판매하는 경우도 고정사업장 귀속소득으로 인정한다)를 채택하고 있다. 이로써 UN은 고정사업장 개념을 넓게 적용하고 예외조항을 축소하여 원천지국에 더 큰 과세권을 부여하였다. 

거주지-원천지 간의 과세권 논쟁에서 선진국들은 조세 중립성과 형평성을 근거로 거주지주의를 국제조세의 기본 패러다임으로 채택하였다. 이러한 거주지주의 이론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거주지주의를 적용해야 하며, 조세이연(tax deferral) 등 해외소득에만 특별히 적용되는 조세회피의 기회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선진국들이 자국 거주자의 전 세계 소득에 대해서는 거주지주의 과세를 실시하면서도 자국 영토에서는 비거주자에 대해 원천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충되는 두 패러다임이 공존하는 불완전한 이중구조가 유지되어 세계적 차원에서 투자 효율성의 극대화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편 OECD 국가 중에서는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발생 소득에 대해 거주지주의를 유예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 프랑스는 ‘외국소득 면제’를 허용하면서 거주지주의에서 일부 이탈하였으며, 2009년 영국, 일본도 이에 동참하였다. 미국은 거주지주의를 고수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조세 사면’(2004년 부시 대통령은 해외 자회사 유보소득 중 미국에 재투자되는 경우 35%의 법인세률 대신 5.25%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조세사면을 실시하여, 2006년 초까지 840개 기업 3100억 달러가 미국으로 송금되었다. 이는 미국 대외적자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과 ‘check the box rule’(CTB룰은 미국 세법상 납세자가 법인의 지위를 유리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기제이다. 즉 조세를 덜 낼 수 있는 기업 형태―법인 또는 파트너십―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를 허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국가들이 거주지주의 과세제도 내에서 원천지주의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면서 국제규범의 혼란이 초래되고 있으며, 이러한 거주지-원천지간 이중구조의 틈새에서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가 일상화되고 있다. 

김성혁 금속노조 연구원장 webmaster@minplus.or.kr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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