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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전쟁이냐 평화냐 마지막 기로에 섰다

기사승인 2017.08.03  18: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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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북 ICBM이 불러온 국제 정치지형의 중대 변화 직시해야

▲사진 : 노동신문 홈페이지

북한의 두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발사가 한반도는 물론, 국제 정치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미 전역을 거의 다 타격할 수 있다는 보도와 함께 북의 ICBM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란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변화된 현실을 냉철히 파악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체적 결단을 내리기보다 사드 추가배치 등 미국에 의존한 구태의연한 대응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식의 대응으로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운전석’에 앉기는커녕 뒷좌석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의 ICBM에 대한 대응을 둘러싼 미국 조야의 분열상은 가히 백가쟁명이다. 저마다 한 마디씩 하지만 그들 표현대로 어느 것 하나 “좋은 옵션은 없다(no good option).” 트럼프 정부와 의회 등은 여전히 북의 정권교체, 군사조치를 포함한 강경대응이 주조를 이루고 있지만 전직 관료들이나 전문가들, 주류 언론 등은 북과의 현실적 타협안이 주조를 이룬다.

적어도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는 한편으론 봉쇄에 가까운 대북제재법을 통과시키고, 중국에 대해서도 철강 덤핑판정 위협을 비롯한 전방위 경제 보복조치로 중국으로 하여금 북을 압박하게 만드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을 취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항공모함 2개 함대의 한반도 수역 진출, ICBM 미니트맨3의 시험발사, 특수전 무력의 한국 배치 등 군사적 압박 조치도 취하고 있다. 사실 이런 조치들은 이미 실패가 입증된 구태의연한 방식이다. 국내 보수성향의 언론인 연합뉴스조차 이 같은 제재에 대해 “미국이 북한에 말뿐이고 (실상은)트럼프의 대중(국) 무역·금융전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미국이 정말로 전쟁을 불사할 군사조치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나서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 정부의 조치들이 이달 21일 있을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훈련과 맞물린다면 한반도의 긴장은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미국이 적대정책을 계속한다면 “지금까지 차근차근 보여준 핵전략 무력으로 톡톡히 버릇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 주류세력의 한 축을 이루는 전직 국방, 정보관련 고위관료들이 북을 제한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의 구조조정(철수 등), 이익대표부 설치 등을 제안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평화협정에 대해 공론화를 꺼렸던 미국 내부의 획기적 변화이다. 주류언론인 뉴욕타임스 역시 트럼프 정부는 ‘북에 대한 엄포를 그만둬라’라는 사설에서 중국을 통한 압박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틸러슨 국무장관을 비롯한 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전제조건 없는 직접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대화의 전제였던 북의 비핵화를 위한 “분명한 신호”는 “협상을 위한 현실적 토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CNN 또한 3일 북미간 정상회담을 촉구하는 기사를 게재해 뉴욕타임스와 입장을 같이했다. 이것은 미 정부의 오랜 대북 정책기조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안이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자문역인 외교협회(CFR)도 처음으로 “북미: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할 시간”(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Time for a New Approach)이란 제목으로 중국의 쌍중단(북의 핵과 미사일 시험 중지와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제안 수용을 촉구하였다.

트럼프 정부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특히 “북한이 내년 초 핵탄두 장착 ICBM을 실전배치 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보고서 공개는 미 정부의 대북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만한 사안이다.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 북이 적어도 2020년은 돼야 ICBM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수정한 것이자 북의 소형화, 경량화 핵보유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으로선 북이 ICBM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이야말로 미국 안보에 치명적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안보의 ‘레드라인(금지선)’이다. 이것은 결국 미국이 올해 안에 북과 어떤 형태로든 결속을 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 변화다. 특히 중국의 태도 변화는 북의 ICBM 시험발사 이후 두드러져 보인다. 무엇보다 유엔안보리 결의를 반대하여 급기야 니키 해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유엔안보리에서 긴급회의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국은 최종적으로 중대조치 여부를 결정해야”한다고 분통을 터트린 것은 중국이 더 이상 미국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음이다. 이것은 또 대북제재와 관련한 유엔안보리 초유의 사태로 유엔이 더 이상 미국 의도대로 작동되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중국의 이런 태도 변화는 지난달 5일 중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북중간의 “피를 나눈 우의” 강조, 미국의 북중무역 압박에 대한 부당성 강조, 건군절 초유의 열병식, 사드 파괴시험 진행 등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의 무역보복,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매개로 한 중국의 대북압박 강제 시도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엔안보리 결의가 여의치 않자 미국이 서두른 것이 북한과 러시아, 이란에 대한 이른바 패키지 제재법 통과다. 이 법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러시아와 거래하는 유럽 기업에 대한 제재까지 가능케 한 미국식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미국은 북을 제재한다는 핑계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러시아를 제재한다는 핑계로 러시아-유럽의 석유, 가스 거래를 규제해 미국산 석유와 셰일가스를 강매하려고 한다. 이것도 사실 러시아의 핵심이익을 건드린 무역전쟁이다. 유럽에서도 몇 배나 비싼 미국산 가스를 사느냐를 두고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은 북·러·이란과 중국은 물론, 동맹인 유럽과도 대립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러니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와 관련해 미국에 협조할 리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ICBM 시험 이후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보다 냉철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드는 북의 ICBM 요격용이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한국에 사드배치를 강요한 것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북한보다는 중국이 거세게 반발해 파괴시험까지 진행한 것이다. 미국이 이렇듯 거칠게 나오는 것은 북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북의 ICBM이 가져온 중대한 변화이다.

이제 한반도 정세가 다시 한 번 전쟁인가, 평화인가를 가르는 중대 분기점에 놓여있다. 거의 마지막 기로가 될 것이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미국의 요구만 추종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 정착이란 절박한 요구를 우선해야한다. 이것이 엄중한 시대적 요구이다. 

현장언론 민플러스 webmaster@minplus.or.kr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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