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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초래한 태평양의 ‘태풍전야’

기사승인 2017.10.26  1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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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의 여명의 눈동자(27)

1. 금지된 장난 

사람들은 묻는다. 한반도는 안전한가? 이러다 정말 전쟁이 다시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세상은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2017년 7월4일과 9월3일은 오랜 세월을 두고 대립한 북미관계에서 새로운 분기점이 되는 날이었다. 이 날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대북 적대전략’이 사실상 파산된 날이자, 미국의 세계 핵 패권전략에 거대한 파열구가 생긴 날이다. 국제적 시각으로 보자면 이후 관심의 초점은 미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수소폭탄 시험 성공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파산된 지난 대북정책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문제에 이목이 집중되었던 시점이었다. 

7월4일 북한(조선)의 ICBM 시험 발사 성공 이후 트럼프가 북에 대해 보인 반응을 살펴보자.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 “대북해법 장전”, “심판의 날” 등 원색적이다. 대미를 장식한 것은 지난 9월19일 UN 외교무대에서 한 말이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공식 발언’이 그것이다.

트럼프의 UN발언이 심각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것이 북의 7.4 ICBM 시험발사와 9.3 수소폭탄 시험 이후 미 행정부가 내린 ‘공식 대북정책’이라는 점 때문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부터 대북정책을 두고 대통령과 장관들이 엇박자를 보이며 갈팡질팡 행보를 거듭했다. 출발부터 유례없는 진흙탕 정쟁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지배집단 내부의 분열과 미 행정부 내부의 사정이 어찌되었든 결국 이것이 미국이 내린 공식 결론인 셈이다.

역대 어느 나라 대통령도 UN무대에서 공식발언으로 회원국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그 나라를 완전히 파괴한다는 말을 한 사람은 없었다. 외교관들은 귀를 의심했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트럼프 비판에 가세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트럼프의 언행을 과거 아이젠하워와 닉슨 대통령의 협박전략을 모방한 트럼프식 ‘미치광이전략’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뒤 북 정부수립 이래 처음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명의의 성명이 9월22일 발표되었다. 트럼프의 UN연설에 대해 북 역시 ‘공식반응’으로 화답한 것이다. 또 리용호 외무상은 “미국의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의 대북 핵 전략폭격기 B-1B 훈련에 즉각 반응했다.

9.22성명의 주요 표현을 직접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트럼프가 세계의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에게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다”, “이것은 트럼프가 즐기는 수사학적 표현이 아니다”, “미국의 늙다리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2. 9.22성명과 ‘7기 2차 전원회의’

미 국무장관 틸러슨의 최근 발언에 의하면 지금도 2~3개 채널이 북-미간에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협상부터 2008년 이래 열리지 않는 6자 회담 이후에도, 북-미간에 비공개 비밀협상은 지속적으로 있었다. 북과 미국은 상호 거친 대결적 언사 이면에, 북이 2005년 핵보유를 공식 선언한 이후 사실상 적대적 핵보유국으로서 상호 필요성에 의해 대화와 협상의 통로를 완전 차단한 적은 거의 없었다.

당장 25일(현지시각)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고위급 특사의 대북 파견을 포함해 북-미간 대화 재개를 위한 힘겨운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고 미국 NBC방송이 보도했다. 북-미간에 상호 공식 비공식 일부 경로를 열어놓고 소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만남이나 소통의 형식과 경로가 아니라 대화태도와 내용이다.

언론에서는 9.22성명을 두고 트럼프 연설에 대해 북이 ‘벼랑 끝 전술’로 화풀이하는 유치한 전술로 묘사했으나, 그 의미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북한(조선) 정부수립 이래 최초로 발표된 이 최고위급 성명서는 북-미간에 조성된 역대 최고의 압박과 제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일시적 대응이 아니다.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을 포함한 역대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적대전략을 결산할 전략과 방도를 말 그대로 ‘심중히’ 결정한 입장 표명으로 보인다. 즉 미국의 한국전쟁 이후 대북 적대정책을 실질적으로 결산할 ‘최종 방법론’에 대해 조선노동당이 내린 마지막 결론으로 판단된다.

성명에서 언급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란 표현의 의미 역시 단순한 수사로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대화와 협상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공언이다. 이제는 미국의 ‘명예로운 퇴진’이 아니라 ‘준비된 힘’으로 미국을 ‘불명예 퇴진’시키기로 결심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협상이 있다면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고 ‘후퇴하는 협상’만 열어둘 것이란 입장으로 짐작된다. 핵‧경제 병진노선과 ‘모종의 판갈이 군사전략’을 결론을 볼 때까지 밀고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9.22성명과 10월7일 열린 조선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의 기본기조는 하나로 연결되어있다. 표면적으로는 병진노선의 강화와 국가 핵무력 완성, 일심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당 간부의 전면 세대교체를 실행하여 전열을 정비하였다. 북이 강조하는 수령-당-대중이 혼연일체가 되어 과학기술에 의거한 경제건설과 함께 미국과의 마지막 판갈이 싸움을 마무리짓자는 게 기본골자이다. 10월 당대회 이후 북이 실탄을 지급하고 준전시체제에 준하는 태세에 들어갔다는 19일 아사히신문의 보도는 사실인 것 같다. 

▲사진 : 노동신문 홈페이지

3. 북이 추진하는 최종 방법은 전쟁인가?

북이 결심한 ‘불로 다스리는’ 방법, 즉 ‘힘에 의한 전략’은 그럼 무엇인가? 협상이 아니라면 전쟁을 하겠다는 것인가? 필자의 판단에 그것은, 전쟁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

지금은 과학기술 혁명의 시대이며, 현대적 열핵전쟁에서는 이미 인구와 나라의 크기가 무의미하다. 서로 상당한 현대적 핵무기와 운반수단을 보유한 오늘에 이르러 북-미간 핵전쟁은 한반도와 동북아뿐 아니라 온 인류의 재앙이다. 한반도가 초토화되는 것은 물론 미국도 240여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미국 본토의 무지막지한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미합중국은 필연적으로 해체되며 미국을 정점으로 한 현대 자본주의 체제와 세계질서도 이 전쟁을 끝으로 해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 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그 성격은 제2의 한국전쟁이나 동북아전쟁이 아니다. 현대사를 송두리째 바꾸는 지구적 차원의 태평양 열핵전쟁으로 된다. 인류의 전쟁 경험은 아직 2차 세계대전에 머물러있다. 일방적 핵전쟁이었던 히로시마의 피해 정도는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할 것이다. 인류는 아직 현대적인 쌍방 열핵전쟁의 양상이 어떤지 경험한 적이 없고 당연히 그 재앙의 결과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북이 개발을 완료한 현대적 ICBM에다 수소탄을 더하면 현실적 열핵전쟁 수행능력을 의미한다. 북의 핵개발 수준이 아직도 미 본토에 도달할 정도가 아니라는 ‘가짜뉴스’는 미국의 지난 대북정책 실패를 가리고 세계와 자국 여론을 안심시키기 위한 미국의 심리전일 뿐이다. 미국이 북의 핵무력 개발을 저지하는데 완전히 실패했다는 게 현실이며, 이제는 이를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미국은 스스로 파멸과 죽음을 각오하기 전에는 북과 핵전쟁을 할 수 없으며, 북도 이러한 전면적 열핵전쟁을 결코 원치 않으며 최후 수단으로 보고 있다.

북의 핵 보복능력을 단숨에 선제공격으로 제압할 방도만 있다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초래될 무지막지한 재앙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핵 선제공격을 단행할 수 있는 나라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집중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의 10월19일자 대변인담화를 보자. “지난 10일 미군부 수뇌부는 국방성 청사에서 트럼프에게 대조선 군사적 방안을 보고하면서, 선제타격을 하되 가능한 한 전면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며 저들의 손실은 최소화하고 불의적인 타격으로 최단기간에 속전속결할 수 있는 군사적 선택안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고 한다.”

이 회의의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19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성공가능성을 불가능하다며 일축했다고 한다. 일부 미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이 비공개회의의 결론 역시 예상대로 북한의 핵 보복능력을 재확인하고 이를 막을 수단이 없음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주류언론에서 트럼프의 대북 접근법을 비판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북한(조선) 핵 이슈로 초래된 미국의 안보 문제를 과거보다 진지하게 다루고 있어 이에 관한 미국인들의 여론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유의 현상이다.

그럼 트럼프 행정부가 실행하지도 못할 선제공격과 예방공격을 거론하며 더욱 강하게 대북 적대전략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이 노리는 마지막 전략은 전쟁전략이 아니라 ‘공포전략’이다. 이것이 미국이 노리는 미치광이전략의 본질로 보인다. 이런 미치광이전략이 한반도에서는 사소한 우발과 오판으로도 실제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4. 사상누각, 트럼프의 ‘공포전략’

북이 공표한 이른바 ‘불로 다스리는’ 전략의 실현 방도는 전쟁이 아니다. 트럼프의 공포전략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북 적대전략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북이 미국의 적대전략을 허무는 방법은 더 이상 ‘무기 테스트’가 아니다. 개발된 핵무기와 미사일로 태평양 미군기지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무력시위 형태의 실제 군사작전을 전개하는 방법들이다. 그 중의 하나가 태평양에서의 수소폭탄 시험이다. 이 또한 북-미간 전쟁 위기의 살얼음을 걷는 것임은 불문가지다.

리용호 북 외무상이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고 발언한 이후 CNN은 “북한이 6차례의 핵실험과 일련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태평양상의 핵실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와이 주 당국이 가능한 핵 공격에 대비해 주민들을 교육하고 준비하게 하도록 작업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쓰나미에 대비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준비하라’고 알려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진 워드 하와이 주의원은 “지금은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며 “이건 기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 : 조선중앙방송 화면 갈무리

미치광이전략에 대해 북은 더 초강경 대응할 것임을 공표했다. 미국은 북한(조선)의 태평양 수소폭탄 시험 가능성에 초긴장하고 있다.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팍스뉴스와 인터뷰하며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우리가 얼마나 완전하게 준비돼 있는지 안다면 굉장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태평양에서 수소탄 시험을 한다면, ICBM으로도 가능하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시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태평양에서의 SLBM 시험이 핵시험의 안전성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북의 대미 본토 핵보복 능력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이 실제 수소폭탄 시험을 진행할 경우 태평양이 미국의 ‘태평한 호수’인 시대는 끝난다. 러시아도 중국도 감히 태평양에 범접하지 못했다. 이것이 미국 안보와 세계에 던질 충격파가 냉전 시기 미-소간에 벌어졌던 쿠바 미사일 위기 이상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시험이 차후 한미연합훈련기간과 맞물려 앞으로 연례적으로 태평양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 사태를 정리할 힘이 있을까?

5. 북이 추구하는 ‘힘의 균형’ 전략

6자회담 파산 이후 북-미간 비핵화 협상은 사실상 끝났다. 관심의 초점은 북의 핵보유를 인정한 핵의 관리와 평화협정 문제로 이미 이동했다. 북은 핵을 놓고 협상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반복해 공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표현이 자주 강조되고 있다. 리용호 외무상은 UN연설에서 “우리의 국가 핵무력은 철두철미 미국의 핵위협을 끝장내고 미국의 군사적 침공을 막기 위한 전쟁 억제력이며 최종 목표는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이 추구하는 전략 중 하나가 미국과의 ‘힘의 균형전략’이라는 것이다.

‘힘의 균형’이란 표현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당연히 이는 핵전력의 균형을 의미한다. 이 표현은 지난 2013년 북이 병진노선을 공표할 때부터 종종 써오던 것이다. 문제는 북의 국가 핵무력 완성이란 목표가 핵무기 개발을 넘어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인데 지금 거의 완성되었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병진노선의 목표가 세인의 상상을 초월해, 미국과의 핵균형을 달성하는 것이었다는 얘기다.

‘핵균형’ 전략과 ‘핵억제력’ 전략은 상당히 다른 개념이다. 중국의 핵전략도 핵억제력 전략이 기본이지 핵균형 전략이 아니다. 즉 상대국에 대한 핵 보복능력을 보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이 270~300기 정도로 추정되는 전략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 만족하는 것은 이 전략 때문이다. 미국을 상대로 한 핵균형 전략의 추진이 가능한 나라는 러시아뿐이었다. 하지만 핵대국 러시아조차도 미국의 핵무력 현대화전략에 대응하는 수동적인 핵균형 전략을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북이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할 뿐 아니라 미국과 핵균형 전략을 주도적으로 추진한다면 이 역시 가까운 미래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대한 현실적 도전으로 될 것이 분명하다. 즉 북-미간 핵군축 문제가 필연적으로 국제 현안으로 대두된다는 뜻이다. WP는 “미 정보당국은 북한 정권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고, 지난 7월말 현재 최대 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언론에서 발표한 북의 핵무기 수량은 모두 막연한 추정에 불과하다. 현재 북이 얼마만큼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북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은 10월20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핵 비확산회의’에서 “우리는 미국과의 힘의 균형에 거의 도달했으며 우리의 최종 목적은 미국이 조선에 대한 어떤 군사행동에 관해서도 얘기하지 못하도록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최선희 국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충격적이다. 이는 북의 전략핵 탄두와 운반수단이 우리가 예상하는 일반적 억제력 수준을 크게 상회해 이미 수 백기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는 2010년 양국이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연장 논의에 들어갔다. 당시 이 협정의 주요 골자는 양국이 2018년 2월까지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 운반수단(미사일과 폭격기 등)을 700기 이하로 줄이는 내용이었다. 

언론이 전한 미 국무부의 최근 평가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전략미사일과 폭격기에 실전 배치된 핵탄두 1367기를, 러시아는 1796기를 갖고 있다고 한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보유한 5000기 안팎의 핵탄두 중에는 사실 보관과 관리가 어려운 폐기대상 수준인 구식 탄두가 많다. 국제 핵 전문가들은 과거 냉전시대가 핵무기의 양적 경쟁기였다면 현재는 질적 경쟁단계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구식 핵탄두 수를 제외한다고 쳐도 북한(조선)이 실제 ‘힘의 균형’ 개념에 근접하려면 현대적 첨단 탄두와 운반수단을 적어도 500~1000기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이러한 힘의 균형 전략이 현실이고, 북이 미국을 상대로 실질적인 핵군축 전략을 추진하려는 게 사실이라면, 일정시간이 지난 뒤 베일에 가렸던 자신의 핵 무력을 공표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조선신보 홈페이지

6. 트럼프 행정부의 정쟁과 대북정책 혼선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던 미국 주류 기득권 세력들은 대통령선거에서 패했으나, 트럼프 당선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선되어선 안 될 사람을 몰아내려는 듯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부터 내부정쟁으로 대혼란이다. 새로 출범한 행정부가 9개월이 지나도록 정비가 안 되어있고 내정된 정부 주요직책의 인물들 다수가 내부 정쟁과 타의로 대량 교체된 사례는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대한반도 정책 관련 인선도 마찬가지다. 오죽 답답했으면 미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공석인 주한미국대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명하라고 요구하고 나섰을까. 

트럼프가 선거 시기에 주장한 반세계화 국수주의적 정책 프로그램은 시작하기도 전에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과 반트럼프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무너졌다. 반트럼프 진영에는 민주당은 물론 FBI, CIA 등 주요 국가정보기관과 주류언론, 월스트리트 재계가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이었던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플린과 수석전략보좌관 스티브 배넌이 백악관에서 쫓겨났고, 이제 주변에는 네오콘이 지지하는 부통령 펜스, 국방장관 매티스, 안보보좌관 맥매스터, 비서실장 존 켈리가 포진되었다. 트럼프는 지배세력 내부의 주류 정책을 대표하지 못하고 세계화를 추구하는 주류 기득권 구세력에 결국 포위당했다. 대통령은 트럼프이지만 미국은 세계화와 패권정책을 추구하던 주류 기득권세력의 손에 다시 넘어간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조선) 문제를 대외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북한(조선) 문제는 실제로 초당적, 초정파적 차원에서 다뤄진다고 봐야한다. 앞서 설명했듯 이 문제는 이미 미국의 국가안보와 미국중심의 자본주의 세계체제 유지를 위협하는 것으로 다른 사안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핵심 현안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최근 틸러슨 국무장관과 트럼프 간의 이른바 ‘멍청이’ 언쟁이 사실로 확인되었는데, 백악관 내 트럼프의 권위 수준과 정치적으로 훈련이 안된 트럼프를 비난하는 내부 기류를 그대로 보여준다. 주류 기득권세력은 여러 경로를 통해 트럼프에게 대북정책을 인기나 지지도에 영합한 즉흥적 언술로 망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7. 트럼프 방한과 문재인 정부 

트럼프는 자신이 초래한 위험한 ‘태풍전야’에 한반도를 방문한다. 미국의 태도는 여전히 대북 적대전략과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한‧중‧일 3국 방문, 특히 방한 과정에서 대북 압박과 공조를 유난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트럼프는 여의도 국회 연설로 동요하는 한국의 반전(反戰), 반(反)트럼프 민심을 돌려세울 심산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가 방한하기 전에 대북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기조를 설명하고, DMZ 방문을 망설이는 것으로 보아 UN에서 부렸던 지나친 허세와 대북 자극은 피하려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문제에 대해 국제적 입지를 스스로 좁혀왔다. 운전하기 싫으면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을, 아예 ‘운전대’를 던져버리고 미국이란 차의 조수석에 올라탔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친미를 넘어 종미(從美)파가 현재 주도하고 있다. 문정인 특보, 노영민 중국대사 등 일부 인사가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소수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배치 등 주요 국익 관련 문제에 대해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없는 정부임이 드러났다. 한국 진보도 문재인 정부의 민족공조 의지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 같다.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현재 북-미간 대립을 마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문제로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태풍전야에 북에게 평창올림픽 참가를 얘기하고 있다. 북도 그저 웃고, 미국도 속으로 웃을 뿐이다. 갈등이 누그러지면 그때서야 6.15를 얘기하고 평양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6.15는 이벤트가 아니다. 어려울 때 나서는 것이 바로 6.15정신이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이 초래할 풍파와 그 부정적 결과를 주체적으로 숙고해야 할 때다. 미국을 신앙으로 대하지 말고 현실로 직시해야한다. 미국을 믿다가 한순간에 망한 무수한 친미정권들의 역사를 공부하고 복기하고 대비해야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우리시대 전쟁과 평화문제, 그리고 대한민국의 흥망과 통일에 관한 중요 문제를 미국의 요구와 힘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힘, 촛불대중의 힘을 믿고 풀 생각을 해야 한다. 

이정훈 국제팀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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