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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인권침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기사승인 2017.12.12  11: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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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재일 조선학교를 다녀와서

지난달 말 3박4일 일정으로 농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일본의 ‘조선인’ 학교가 직면한 현실을 둘러보고 올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얼마 전 TV에서 방영된 ‘울보 권투부’라는 영화를 우연히 보게 돼 알게 된 짧은 지식 외엔 아는 게 없던 터라 짧은 일정이었지만 새로이 알게 된 많은 사실에 놀라고, 또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얼마나 역사에 무지하고, 또 우리 사회가 역사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신산한 삶을 외면하고 있었는지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조선인’이 일제가 강탈했던 그 시절의 ‘조선’ 사람이라는 사실, 지금은 사라진 국호로 존재하는 ‘조선’의 사람들이 일본 땅에서 갖은 차별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민족성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사실, 그 숫자가 전체 60여만 재일동포 중 불과 4~5만에 불과하지만 ‘우리학교’라는 60여 개 학교에서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 강제징용 등으로 끌려갔던 ‘조선인’들이 귀국을 준비하면서 2세 교육을 위해 1945년 해방 직후부터 일본 전역에 만든 500여 개의 국어강습소로 시작되었다는 사실, 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성을 잃는다는 신념으로 교포 2·3세가 4·5세를 가르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만 적고 보면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어디선가 있었다는 정도의 놀라움에서 그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영화에서 소개되었듯이, 그곳에서는 아직도 제국주의에 의해 조선 민중이 받았던 차별과 탄압이 현재형으로 진행될 뿐 아니라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 부활 시도와 맞물리며 갈수록 재일동포의 시민으로서의 기본권 침탈이 거세지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대한 자책과 함께 일본 정부에 심한 분노를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둘러본 ‘우리학교’는 재일 ‘조선인’에 의해 운영되지만 국적은 조선, 남한, 심지어 일본적을 가진 학생들이 섞여있다. ‘우리학교’는 어떤 경우에도 정식학교로 인정되지 않고, 자동차 교습소나 학원과 같은 ‘각종학교’라는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따라서 의무교육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거기에 일본 정부가 2010년부터 ‘고교 무상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다른 나라가 운영하는 고교에 주어지는 지원을 유독 이 ‘조선인’ 학교에만 지원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민족교육을 희망하는 학부모는 훨씬 많은 학비를 부담해야 하고, 경제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입학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여러 지역서 ‘우리학교’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라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매주 금요일마다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과 졸업생, 양심 있는 일본인들이 문부과학성 앞에 모여 집회를 통해 항의하고 있었다. 재일조선인이 세금을 비롯한 시민의 의무를 다하지만, 기본권마저 박탈하는 일본 정부의 처사에 UN이 차별 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국제적인 인권 권고를 했지만 무시되고 있다. 

필자가 분노를 넘어 자괴감과 부끄러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점은 한국정부와 재일 한국 민단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쳐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우리학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차별정책에 지지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제국주의와 그에 부역한 친일세력의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과도한 것일까. “남한 정부의 지원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재일조선인의 기본권을 지키려는 노력에 방해만 안 해도 좋겠다”는 어느 교사의 말씀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부끄럽고 슬픈 비극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분단으로부터 기인한다. 곧바로 귀국행렬에 오르지 못한 ‘조선인’들이 있었고, 해방 직후 미 군정과 일본 정부는 이들을 ‘조선인’이라 칭했으며, 1948년 남북에 각각 국가가 들어서자 이쪽도 저쪽도 아닌 통일된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며 ‘조선인’으로 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조선인’들이 세운 가난한 학교에 북한 정부가 지원하자 남한 정부는 이들 동포에 대해 적대정책으로 맞선 셈이다. 일본 정부는 이 남북의 적대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우리 동포들을 차별하고 있다. 

만난 많은 동포와 양심적인 일본인들은 이구동성 분단이 문제의 원인이며, 통일만이 답이라고 말한다. 그걸 어찌 부정할 수 있을까. 다만 통일이 되기 전에라도 한반도에 뿌리를 둔 동포라면 그가 어디에 살든 그들의 시민으로서의 기본권, 인류보편적인 권리를 보장받는 일에 우리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만 한다. 

아이들이 평등과 평화를 교육 받을 권리가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어떠한 미사여구와 정치적 변명으로도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방조해서는 안 된다. 우리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교복이 칼질 테러를 당하는 것을 바다 건너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지난 역사는 비극으로 점철되었지만, 분단을 넘어 통일로 가는 길이 여기 재일조선인 ‘우리학교’에서 시작될 수 있다. 

김영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 minplusnews@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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