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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평양 정상회담의 의미와 방북단 구성

기사승인 2018.09.17  12: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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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청와대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미 16일 오후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 등 90여명의 선발대가 평양에 도착해 정상회담 실무준비에 한창이다.

이번 회담은 “지금 넘어가 볼까요?”, 도보다리 회담 등 숱한 명장면을 남기며 ‘4.27시대’를 연 지난 4월 정상회담에 이어 1년도 안 돼 벌써 세 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평양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4.27판문점 회담, 5.26(실무형)정상회담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평양 정상회담은 남북정상의 노력으로 북미관계의 교착상태를 돌파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번 회담은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20일 앞둔 지난 5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회담 취소 의사를 밝혔을 때, 이틀 만에 긴급히 (실무형)정상회담을 열어 6.12북미정상회담의 난관을 해소한 것과 유사한 흐름에서 열린다.

지난 7월6일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평양 고위급회담에서 종전선언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북의 표현을 빌리면 “강도적인” 선(先) 핵폐기만 요구하다가 김정은 위원장은 만나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고, 8월말 2차 고위급회담은 출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한 바 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미국이 6.12북미정상회담의 합의를 상호신뢰에 기반한 동시조치로 이행할 준비가 안 돼 있음을 보여준다. 본질적으로는 미국이 제국주의적 일방주의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뒤에 칼을 품고 북과 협상에 임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어떻게든 북 비핵화만 관철하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인식에 갇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허황되고 일방적인 대북 협상태도를 시정하고, 북의 진정성과 세부안을 문재인 대통령과 조율함으로써 남북정상의 공동 노력으로 종전선언과 제재 해제를 포함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은 매우 중차대한 숙제이다.

평양 정상회담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징검다리가 되는 유일한 길은 구체적인 제안도 중요하지만 북미간 상호신뢰를 한 단계 전진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지난 6.12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며 북이 취한 핵시험과 ICBM 발사 중단, 북부 핵시험장 폐기, 미군 유해 송환 등의 선의의 선제조치에 대해 미국은 응당 한미연합훈련 중단, 종전선언, 제재 해제 수준의 등가적 상호조치로 화답했어야 한다. 언론보도에서 확인되듯 미국은 싱가포르 현지에서도 종전선언을 준비하고 있었고, 수차례 북에 이를 약속했었다.

국가적 차원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국내 정치상황에 끌려 다니며 북에 대해 한편에서는 강박하고, 다른 한편에선 구걸하는 미국의 행태는 북을 압박할 수단이 별로 없으면서도 자기 이득만 챙기려 하는 맹목적인 자본의 탐욕을 보는 것 같다.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은 백년숙적이던 북미가 정상관계로 발전하는 문제이고, 핵전쟁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는 문제이며, 한반도 평화정착을 통해 동북아 평화번영과 세계 핵군축으로 나아가는 인류적 전환을 마련해가는 장대한 길이다. 그 역사적 과정은 힘의 논리나 정치공학적 협상술로는 성사될 수 없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남북 두 정상의 진정성과 민족적 양심이 빛을 발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워싱턴의 일방주의를 뛰어넘는 또 하나의 큰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둘째, 평양 정상회담은 4.27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중대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상회담이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열리는 자체가 4.27판문점선언에 담긴 대로 남북정상회담이 수시, 정례 회담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막혀있던 군사회담이 열리고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설치가 무난히 진행되었다. 지난 13일 진행된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선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DMZ 내 공동 유해 발굴 작업, 공동경비구역(JSA) 내 비무장화 등의 문제에 사실상 합의함으로써 평양 정상회담에서 남북간 군사적 갈등해소와 신뢰구축 방안 발표가 가능해졌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화에 관한 합의가 미뤄진 아쉬움은 있지만 남북 군사분야에 대한 4.27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데서 큰 전진을 이룬 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제재 논리에 막혀 불발될 수도 있었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가 무난히 개설된 것도 커다란 성과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여부가 달린 평양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미국이 공동연락사무소 개소까지 막기엔 궁색했을 것이다.

셋째, 평양 정상회담은 남북교류와 협력사업의 대통로를 열게 될 것이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평양 정상회담에 함께하는 인사들로 공식수행원 14명과 특별수행원 52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엔 정당대표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여하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경제계 인사가 17명으로 전체 특별수행원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며, 양대노총 위원장과 종교계 등 각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 공직자들만이 아니라 정당과 경제계, 노동시민사회, 종교계 등의 인사가 함께 가는 것은 이후 남북간 분야별 교류와 협력을 전면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4.27판문점선언 이행에 속력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양 정상회담 이후 남북교류가 “봇물이 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렇지만 이번 수행단 구성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대목이 발견된다.

우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평양 방북 제안을 거절한 점이다. 민족의 평화와 번영, 통일 문제는 보수와 진보, 당리당략과 정파적 입장을 뛰어넘는 민족의 공동이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구한말이나 해방정국에서 민족적 단합을 실현하지 못하고 무능과 파쟁으로 내부 힘을 소모하다가 결국 외세의 노예로, 분단민족으로 굴러 떨어진 민족사적 비극을 돌이켜 볼 때 더욱더 경계하고 경계해야할 바다.

천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민족사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주어진 역사적 시기에 정파적 이익이나 당리당략적 유불리를 앞세워 4.27판문점선언 비준을 반대하고, 평양 방문을 거절하는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청와대가 이번 방북단을 구성하는 기준과 원칙 또한 다 잘된 건 아니다. 시련의 시기에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해온 민중당과 6.15남측위원회 대표를 배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사정이 있고 정무적 판단이 있었겠지만 평화와 통일의 문제를 어떤 힘으로 밀고 나가려고 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평화와 통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헌신했던 인사들을 멀리하고 그 일이 잘될 리가 없다는 점을 새겼으면 한다.

넷째, 이번 평양 정상회담의 가장 중대한 의의는 우리민족이 힘을 합치면 어떤 방해나 난관도 극복,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6.12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도 보여줬지만, 이번 평양 정상회담 역시 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의 중대한 지렛대로 되고 있다. 또한 미국과 국제 제재를 이유로 진척이 더뎠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판문점선언 이행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을 평양 정상회담의 동력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남북 정상이 뜻을 모으고 우리민족이 힘을 합치면 무서울 것도, 해결 못할 일도 없음을 뚜렷이 확인시켜주는 또 하나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현장언론 민플러스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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