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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정상회담의 미래

기사승인 2019.03.06  09: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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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의 반도평론 (1)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의 <반도평론>을 새롭게 연재한다.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은 민플러스 지난 연재 <여명의 눈동자>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편집자] 

 

▲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었으나 북미 양 정상은 웃으며 헤어졌다. 사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트윗에 위 사진을 올리고, "President Trump says goodbye to Chairman Kim at close of HanoiSummit."라고 적었다.

1. 2차 정상회담 이후의 기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베트남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났다. 이례적인 합의문 서명 무산으로 가시적 성과가 없었지만 이 회담에 대한 조미 양측의 평가는 상대에 대한 비난보다는 생산적 대화를 지속하는 게 의미가 크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번 회담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상호 이해를 높인 만큼 조미관계의 이후 추이는 결렬이나 파탄이 아닌 다음을 기약하는 분위기다. 

북의 로동신문은 지난 1일자에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동지께서와 트럼프 대통령은 70여년의 적대관계 속에서 쌓인 반목과 대결의 장벽이 높고 조미관계의 새로운 력사를 열어나가는 려정에서 피치 못할 난관과 곡절들이 있지만 서로 손을 굳게 잡고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여 함께 헤쳐나간다면 능히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념원에 맞게 조미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표명하시였다. 조미 최고수뇌분들께서는 두 번째로 되는 하노이에서의 상봉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더욱 두터이 하고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되였다고 평가하시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내가 합의문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언론의 비판이 있어도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었다. 실제 합의문도 마련됐었다. 내가 원했으면 100%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합의문에 서명하기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의 표현은 더 긍정적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낙관적이다. 미국 협상팀이 이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이것이 시작점이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제 북한(조선) 팀을 잘 알고 있고, 무엇이 제한적인지, 어떤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수일, 수주 동안 진전을 이룰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미회담 이후 양측의 입장은 지금과 전혀 다른 전략적 기조의 전환, 또는 파탄과 대결의 분위기가 아니라 2차 정상회담의 논의 성과에 무게를 둔 새로운 모색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종료도 예정대로 발표되었다. ‘키 리졸브 훈련’이란 명칭도 역사에서 사라졌다. 

2. 빗나간 전망과 합의 무산의 원인

양측이 오랜 기간 다양한 경로의 실무협상을 통해 합의문을 마련했지만 왜 서명하지 못했을까? 여러 전문가와 언론의 긍정적 예측대로 만약 합의문에 서명이 이뤄졌다면 대략 다음과 같은 중대한 내용이 합의되었을 것이다. 종전선언(또는 평화선언), 평화협정위원회 설치, 부분적 제재 완화,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와 교류 협약 등이다. 

원래 북의 단계적 비핵화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는 경제적 제재 완화가 아니라 상응하는 단계적 핵 공격 능력의 제거, 즉 핵우산의 후퇴이다. 그런데 회담 이후 진행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북은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이를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즉 본격적인 ‘안전 담보 문제’와 군사 문제는 이번에 다자간 ‘평화협정위원회’가 합의되었다면 이와 연동해 다음번 정상회담에서 다룰 수 있었으리란 추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기자회견에서 한, 이번 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공식 논의되지 않는다는 말은 맞아 보인다. 
 
실무 협상과정에서 준비된 합의문은 미국측의 가장 핵심적인 군사안보분야 상응조치가 빠졌지만 그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합의문이 조미 상호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적’ 양질전환의 새 단계로 진입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단계적인 상호조치들이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는 결정적 것들을 담고 있었다. 즉 새로운 조미관계를 향한 실질적인 ’역진불가의 길‘을 시작할 수 있는 회담이었다.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미국의 네오콘을 위시한 기득 정치권, 트럼프 반대파는 회담 파탄을 위해 총력 여론전을 펼쳤다. 트럼프도 정상회담 날짜가 다가올수록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최종 결정의 문턱에서 회담 원칙에 어긋나는 무리한 요구를 들이대며 결국 합의를 무산시켰다. 이런 결과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원래부터 조미 적대관계 전환의 의지가 없었으며 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기만전술로 대북 협상해 응했다거나 새로운 형태의 ‘기다리는 전술’로 북과 협상에 임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3년 동안의 진행 과정을 분석하면 맞지 않는 견해다. 트럼프가 최종 선택에서 후퇴한 이유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명확해지겠지만 크게는 미국 내 정치적 요인과 대북제재라는 지렛대(레버지리) 조기 상실에 따른 정치외교적 파장 두 가지로 보인다. 

3. 정쟁으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미국 정치 

2차 조미정상회담을 전후해 국내 언론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의미를 두고 해석하며 실시간 생중계했지만 CNN, ABC 등 미국의 주류언론은 이를 의도적으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대신 미국 주류언론은 반(反)트럼프 진영의 선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기 위한 정쟁을 주도했다. 그들은 트럼프의 전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를 하루 종일 생중계했다. 코언 청문회 날짜는 조미정상회담 일정에 맞추어 준비되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현재 미국 정치권의 정쟁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흙탕 싸움이며 전례가 없고 매우 심각한 양상이다. 정보기관 관료, 주류언론을 포함한 미국의 기득권세력은 여전히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선 직후부터 그를 집요하게 대통령에서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대선 직후 불거진 ‘러시아 스캔들(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승리를 위해 러시아 당국과 공모했다는 것)’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 추락은 물론, 미국 내 정치와 언론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의 내막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민주당과 기득권 정치세력이 ‘어설프게 조작한’ 반트럼프 정쟁의 소재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한마디로 그것은 가짜뉴스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가짜뉴스를 진짜뉴스로 만드는데 미국 기득권 정치세력과 주류언론이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집권 시작부터 이 가짜뉴스를 조작 생산한 세력과 트럼프는 2020년 차기 미국 대선을 한 해 앞둔 올해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미국 차기 대선의 핵심 이슈는 국내외 정책이 아니라 미국 정치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사활을 건 정쟁 그 자체로 발전하고 있다. 이 싸움에 국익은 없으며 오로지 당파적 이익만 남아있다. 이 승부에서 이긴 자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는 구도로 미국 내 정치가 흘러가고 있다. 

CNN,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류언론은 반트럼프 여론 확산과 기득권 정치구조의 지속을 위해 가짜뉴스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가짜뉴스의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또 새로운 사건과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어이없는 정치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뮬러 특검을 통해 대통령 트럼프를 기소하려는 법적 시도로까지 넘어갔다.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의 진상을 파악할 목적으로 지난해 5월 임명된 뮬러 특검은 곧 최종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다. 뮬러가 중립이 아닌 반트럼프 진영 인사라는 분석이 많다. 그가 최종 보고서에서 과연 대통령 기소의견을 낼지, 어느 수위에서 어떻게 관련 인물들을 규정할지, 그리고 트럼프가 새로 임명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과연 이 보고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처신할지가 미국 내 정치의 최대 관심사다. 

지는 쪽은 치명상을 입고 교도소로 가야하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이 지금 트럼프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미국의 주류언론이 전망하는 것처럼 낮지도 않아 보인다. 미국 시민들은 이런 기득권 정치에 신물이 났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4. 대북제재라는 마지막 지렛대
 
트럼프 기자회견 중 특히 주목할 점은 대북제재를 여전히 매우 중요한 ‘협상의 지렛대’로 파악하고 마지막까지 극대화해 활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해체에 동의했지만,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추가적인 비핵화가 필요했다. 당시 언급은 안 했지만 고농축우라늄 시설, 아니면 기타 시설 해체도 필요했다.”, “근데 김 위원장이 그걸 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래서 1단계 수준인 영변 핵시설 해체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 오랫동안 쌓아온 협상 레버리지(지렛대)를 놓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쉽게 제재 완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북한(조선)의 경제적인 잠재력을 감안해 제재 완화를 원한다. 그러나 북이 추가적인 비핵화를 해야 가능할 것이다.” 

이는 미국이 1차 조미정상회담 이후 일방적 선(先)비핵화 논리에서 후퇴해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접근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라는 마지막 지렛대를 통해 더 많은 가시적 비핵화와 군사적 양보를 얻어내려 고집하고 있음이다.  지난해 핵시험 및 탄도로케트시험발사의 중지와 핵시험장 폐기 등 선제적 비핵화조치를 취한 북은 동창리의 엔진시험장과 로케트발사대의 폐기용의 등을 표명하였다. 이번에 북이 영변핵 시설 영구폐기라는 단계적 비핵화의 최대치를 제시했음에도 합의는 무산되었다. 이는 핵보유국간의 단계별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조미정상회담을 이끌어갈 기본 원칙임에도, 회담에서 미국은 여전히 대북제재를 유력한 지렛대로 더 앞선 단계의 비핵화 조치와 연동하려 한다. 아마도 북은 조미정상회담의 원칙과 대전제를 무시하는 이런 셈법을 이해할 수 없다고 표현했을 것이다. 

북은 제재 해제를 조미관계 개선과 신뢰회복의 기본으로 보고 있다. 즉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단계적 비핵화도 관계 정상화도 불가하다는 원칙적 입장이다. 제재해제의 효과는 북 경제발전을 위한 것도 있지만 당장의 경제적 영향보다는 오히려 정치외교적 파장과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조미간 평화협정과 관계 정상화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제재 해제를 기점으로 조미관계와 남북관계는 물론, 조중, 조러관계 등도 획기적으로 진전될 것이며 결국 동북아 정치지형과 상호 관계 개선이 봇물처럼 터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본격적인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 열기로 발전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제재가 북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언론보도처럼 크지 않지만, 제재 해제의 정치외교적 파장은 매우 커 미국이 통제할 수준을 넘어설 게 분명하다. 이를 미국도 간파했을 것이다. 

5. 조미 회담의 미래 

2차 조미정상회담 과정을 지켜보면서 미래 협상 양상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조미정상회담이 ‘위로부터의 협상방식(top-down)’이지만 일석일조에 모든 조미관계의 난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님이 다시 확인되었다. 즉 매 단계별 공동 실행을 통해 더 높은 근본과제 해결로 나아가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북은 매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에 충실할 것인데,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다음 협상은 쉽게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협상이 재개돼도 이번에 제시한 실행 첫 단계 협상내용은 거의 변화가 없으리라 예상된다. 조미가 다시 협상할 내용은 사실 없다는 얘기다. 미국도 존 볼튼을 통해 시도했던 무리한 협상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북측의 강경한 원칙과 입장을 재확인했을 것이다. 

리용호 외상의 발언을 직접 보자. 그는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 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 시험과 장거리로켓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조성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은 더 빨리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회담 과정에 미국측은 영변지구 핵시설 폐기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며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에로의 여정에는 반드시 이러한 첫 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대한의 방안이 실현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이런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미국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조미간 3차 회담이 언제 다시 시작되는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합의서’에 서명을 언제 다시 하자고 요청하는가의 문제가 된다. 트럼프는 이번 협상을 무산시켜 미 주류언론이 비판하는 ‘북에 끌려 다니고 자신의 정치업적을 위해 대북관계를 이용한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협상의 주도권을 자신이 갖고 있다는 효과를 얻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시간은 마냥 그의 편이 아닐 것이다. 트럼프에게 자신의 가장 큰 대외정책의 성공과 외교 성과로 남길 수 있는 조미관계 개선의 시간과 기회는 올 한 해뿐이다. 북도 당분간은 최대의 인내심을 갖고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을 더 오래 지체한다면 북으로서도 ‘새로운 모색과 선택’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webmaster@minplus.or.kr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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