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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총선 예고편, 창원·성산 보궐선거의 민심

기사승인 2019.04.15  1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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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의 반도평론(3)

▲ 경남보궐선거에 당적 지원방향을 밝히고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대표[사진 : 뉴시스]

1. 집권여당의 패배 

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다르게 겨우 504표(0.6%) 차로 어렵게 정의당 단일후보가 이긴 거로 끝났다. 통영·고성은 물론 전주, 문경의 기초의원 선거도 민주당은 전패였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해 44%를 얻었던 민중당의 손석형 후보는 3.8% 득표에 그쳤다. 민주당은 4.3재보궐 선거 결과를 두고 창원과 통영에서 여야 1승1패로 선전했다고 자위하지만 사실상 집권여당의 패배이다. 

취임 초 80%를 넘기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취임 2주년을 한 달 앞둔 4.3재보선 직후엔 절반 수준인 41%(한국갤럽)로 떨어졌다.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인 40.6%마저 붕괴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특히 서울의 지지율이 38%로 떨어져 40%선이 붕괴했다. 여론의 방향계인 서울에서 대선 득표율이 무너졌다는 건 중도층은 이미 다 돌아섰고 친여 지지층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심각한 경고등이다. 

이런 상황을 감지했는지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4.3보궐선거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아주 엄하게 비판했다고 생각한다”며 자세를 크게 낮췄다. 선거 직후 ‘민주당이 선전했다’는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지난해 당 대표로 취임하며 ‘20년 집권’을 주장한 지 채 1년도 안되어 내년 총선을 우려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반면 촛불항쟁으로 파산 위기에 내몰려 정당지지율 10% 유지도 어렵던 자유한국당은 최근 2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며 부활하고 있다. 황교안 자한당 대표는 10일 당사무처 직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국민의 신뢰가 눈에 띄게 회복돼 지지율이 30%를 넘었고, 지난 4.3보궐선거는 우리 당이 그동안의 절망을 딛고 큰 희망을 찾은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적폐의 부활선언인 셈이다. 

잘 나가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왜 난관에 봉착했으며 진보정당은 정체하고, 자한당은 이리도 쉽게 부활하는 것일까? 수구보수세력은 과연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인가? 노동자 계급투표와 직접정치를 주장하는 민중당은 노동자 도시 창원에서 왜 3.8% 지지 이상을 얻지 못한 것일까? 
이 글은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진행된 각당의 시기적 세부적 대응평가를 배제하고, 보궐선거를 계기로 드러난 전국적 민심 흐름변화의 주 원인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2. 자한당 지지율 회복 1등 공신, 민주당의 ‘개혁쇼’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촛불로 등장한 문재인 정권의 개혁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다. 민주당은 ‘촛불정권’임을 자임했지만 지난 2년간 촛불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실현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는 언론에서 주로 지적하는 ‘민생경제 실패’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민주당의 ‘총체적 개혁 실패’가 민심 이반의 주된 원인이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취해 진보개혁의 동반자들은 배제한 반면 적폐청산 대상들에 대해선 너무도 관대하고 우유부단했다. 사회대개혁에 임하는 정신과 목표를 잘못 설정한 것도 모자라 사실상 방기하고 폐기한 당연한 결과이다. 

민주당이 개혁 시늉도 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더 참담했을 것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신’과 ‘개혁프로그램’이 국민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저급한 수준이었다는 데 있다.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사실이다. 한국사회에서 개혁은 ‘혁명정신’ 이상의 결연한 각오와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집권여당이 한 건 결과적으로 촛불혁명의 이름을 팔아 적폐청산을 하는 시늉을 한 것, 그 이상이하도 아니었다. 이게 문재인 정부가 ‘약간의 난관’만 조성돼도 곧바로 후진했던 이유이다. 

촛불항쟁의 수준과 성격은 ‘초보적 민주주의의 회복’이었다. 과대평가는 금물이다. 온 국민이 촛불항쟁을 통해 요구한 건 주로 ‘정상국가’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것이 나라냐?!”는 민중의 분노가 적폐청산 요구로 집약되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지상명령은 정상국가 실현을 위해 적폐청산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었다. 개혁 과정에서 적폐세력, 개혁저항세력과의 마찰 대립은 필연이며, 이를 극복할 힘은 국민대중밖에 없다. 촛불정부는 개혁 정신과 의지를 집약하고 국민대중과 함께, 또 개혁을 원하는 진보와 함께 핵심 동력을 형성해 정부정책으로 펼쳐갔어야 했다. 헌데 민주당은 어떻게 했는가? 

몇 가지만 복기해보자. 국민의 ‘살림살이’와 ‘나라다운 정의로운 나라’에 대한 국민 체감지수가 과연 높아졌는가? 세월호는 진상이 규명되었는가? 비정규직이 점차 사라진다는 희망이 있는가? 노동법과 근로대중의 권리는 강화되었는가? 굴욕적인 한미관계는 개선되었는가? 남북관계는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는가? 양승태가 망가뜨린 법원 정상화는 이뤄지고 있는가? 정치관계법은 개혁되고, 오히려 개혁의 발목을 잡는 국회는 정상화될 조짐이 보이는가? 최저임금 정책과 소득주도성장은 진행되고 있는가? 재벌은 규제되고 지배구조는 개선되었는가?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은 살아나고 있는가? 주거문제와 집값은 안정되었는가? 적폐언론은 사라지고 있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기다리면 되긴 하는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대표적 개혁정책인 소득주도성장정책의 포기 사례를 보자.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성공하려면 충분한 대국민 설득 기간과 정교한 시행프로그램, 그리고 강력한 집행의지라는 3요소가 필수적이었다. 노동자의 최저임금 인상뿐 아니라 근로대중을 위한 복지정책 개선, 그리고 재벌·대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수익구조 전반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종합대책을 세우고 국가적 차원에서 설득하며 강력히 밀고 나갔어야했다. 영세 자영업자들도 사실 소득주도성장의 수혜자지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지박약과 설익은 정책시행으로 소득주도성장정책은 결국 참담한 ‘을(乙)들끼리의 싸움’이 되고 말았다.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하던 패장(敗將)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어디로 갔는가? 이 정책은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좌초했다. 갑(甲)들은 웃고 있다. 

삼성의 ‘저승사자’라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장하성에 뒤이어 취임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수시로 만나는 것은 물론, 지난 1월 삼성·현대차·LG·SK·롯데 등 국내 5대 대기업그룹 최고경영자들과 만찬을 함께하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정권의 강압적 방식으로 재벌개혁을 하기보단 재계와 소통하면서 고칠 건 고치고 도와줄 건 도와주면서 호흡을 맞추길 원한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개혁을 위해 경쟁해도 모자랄 판에 민주당 내 논공행상식 권력 잡음은 치명적으로 민심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전해철과 이재명의 민주당 집안싸움,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논란, 성폭력으로 구속된 안희정, 드루킹 사건으로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 등등 민주당 차기 유력 대선후보들의 모습은 대중을 크게 실망시키면서 대중의 시야에서 모두 사라졌다. 지난달 리얼미터 조사결과를 보면, 박근혜 탄핵반대세력이자 적폐대상인 황교안 자한당 대표가 17.9% 지지율로 차기 대선유력주자 1위에 등극했다. 

3. 예견되는 민주당의 ‘도돌이표’ 총선전략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에 ‘노란 경고등’이 켜졌다면 문제를 진단하고 교훈을 찾아 국민대중과 함께 개혁동력을 모으고 진보세력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거꾸로 개혁의 대상인 적폐세력과의 상생협치하고, 더욱이 친재벌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는 사실 노무현 정권 때부터 반복된 민주당의 전통이자 특기이다. 한 예로 ‘노동적폐 청산’을 보자. 최근 민주당의 은산분리 완화, 예비타당성 제도 면제 등 대기업 규제완화와 병행해 추진되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법 개악시도는 우연이 아니다. 

민주당의 민생문제 해결이라는 것도 결국은 재벌중심의 투자 확대와 규제완화, 그리고 경기부양을 통한 일시적 경기활성화란 말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의 오랜 전통이자 특기인 대증요법(對症療法)이다. 민주당은 위기의 한국경제를 수술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정부의 사이비 경제 활성화와 민생대책이 결코 합당한 처방일 수 없음은 자명하다. 민생을 명분으로 그나마 집권 초기 공약이행과 개혁쇼마저 포기하고 적폐세력과 타협상생하는 정치로 회귀하고 있음이다. 민주당은 총체적인 개혁과 적패청산 부실에서 문제 해결책을 찾는 대신 사이비 민생대책과 남북관계 개선·교류에서 경제의 활로를 찾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집권 후반기의 전철을 그대로 밝고 있다. 

민생이란 무엇인가? 민주노총, 전농 등 민중진보진영이 주장하는 내용 대부분이 바로 민생문제이다.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철폐 등 노동법 개정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경제를 이루는 자본과 노동, 두 기둥 가운데 하나가 노동이다.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와 근로대중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 그런데 이 기둥이 부식되고 무너지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경제는 IMF관리체제 이후 기형적인 ‘비정규직체제’로 굳어졌다. 자본과 기업 입장에서는 이걸 효율성과 고 이윤율 체계로 표현한다. 

기업위주의 기형적 ‘비정규직체제’를 고수하려는 국내 노동법 수준은 국제기준에 한참 모자란다. 한국 노동자의 절반(45%, 2016년)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중에도 무늬만 사업자인 노동자, 즉 무권리 상태의 특수고용직이 220만이다. 화물운전사, 택배기사, 통신기사, 건설노동자, 학습지노동자, 골프장 캐디 등이 그들이다. 너무 많지 않은가? 한국의 비정규직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을 시행하는 유럽의 비정규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터에서 더 일하는데 덜 받는 것도 모자라 항상 비인격적 처우에 시름하며 일자리의 내일조차 기약할 수 없다. 이게 한국사회 일부분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적인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라면 이를 해결하는 정부가 촛불정부 아닌가? 이것이 진짜 민생문제가 아니면 무엇이 민생문제인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비준 문제, 전교조 합법화 문제, 이젠 지긋지긋하지도 않은가? 한국은 국제적으로 노동법 후진국이다. 한국 노동계가 ILO 기본협약비준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노동 적폐청산’과 ‘노동법 정상화’를 실현할 고리이며 민생, 국민행복추구권과 연결되는 기본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ILO 187개 가입국 중 OECD 대부분 나라가 이미 비준한 노동자의 기본권리를 보장하는 협약비준을 25년째 미루고 있다. 특히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두려워하고 있다. 

4.3 재보궐선거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총선방침은 반적폐 개혁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 정의당 포섭이었고, 노동중심 민중당 고립 배제였다. 이러한 집권여당의 전략은 내년 총선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 진보의 총선전략, ‘적폐청산 2단계 촛불항쟁’ 

자유한국당이 잘한 게 없지만,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개혁실패의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누리고 있다. 계급적 노동운동, 대중적 시민운동, 사상의 자유가 매우 취약한 한국에서 개혁이 후퇴하면 지역주의가 되살아난다. 깨지지 않는 오랜 공식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적폐세력의 확장성에도 한계가 있음은 물론이다. 시대 추세와 대다수 촛불국민의 입장이 정부여당의 개혁 및 적폐청산 부진과 배반에 대한 실망과 경고이지 그 반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진보세력은 어떻게 한계를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문재인 정부가 실정을 하면 대안정당으로 진보정당이 급성장해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촛불민중의 열망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게 진보세력이다. 진보세력은 촛불항쟁 과정에서 가장 헌신적으로 투쟁했으나 아무 권력도, 이렇다 할 대중적 지지도 확보하지 못했다. 외려 문재인 정부로부터도 경계와 탄압 배제의 대상이 돼있다. 

진보정당이 대중적 지지를 전략적으로 회복하려면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게 아니다. 원칙적으로 문제를 접근하며 자력갱생의 ‘고난의 행군’을 감수해야한다. 첫째, 정치는 민심이다. 민심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 지금 민심이 원하는 건 한결같다. 문재인 정부가 포기한 민주개혁과 적폐청산이다. 국민대중의 민심과 동떨어진 진보는 성장할 수 없다. 

둘째, 말이 아니라 하나의 과제라도 ‘일점돌파’(一點突破)의 승부수로 그 결과를 대중에게 보여줘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좋은 정책과 말은 쉬우나 결과로 보이는 건 어렵다. 이는 선도(先導)적 투쟁을 넘어 다수 대중이 참여하는 단결된 대중투쟁, 대중정책 관철능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게 진보정당의 현실적 지도력이다. 좋은 정책도 중요하나 더 중요한 현실적 정책 관철능력을 확보해야한다. 민중당의 ‘법원적폐 청산, 양승태 구속투쟁’는 인상적이다. 당원이든 조합원이든, 국민대중이든 그들을 자발적으로 군중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을 백방으로 키워야한다. 

셋째, 대중정당은 인물이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명의 인물이 정당을 상징한다. 정책실현 과정, 대중투쟁 과정에서 새로운 대중적 인물, 정당 지도자를 반드시 배출해야한다. 진짜 인물은 선거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거는 대중과 함께하는 정치사업과 대중투쟁 과정을 보고 대중이 ‘진심을 주는’ 마지막 결과물이다. 크고 작은 대중투쟁의 ‘도전과 창조 과정’을 일상화해야한다. 이를 주저하는 진보정당에게 미래는 없다. 

내년 총선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4,27시대가 정체하는가, 속도를 내는가를 판가름할 민족적 차원의 역사적인 총선거이다.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로 가느냐, 막히느냐 기로에선 선거이다.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을 해체수준으로 압도하고 진보개혁세력이 승리하면 개혁국회, 통일국회, 노동민생국회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는 진보정당들의 각개약진과 선거정책 경쟁, 선거전 준비만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적폐청산을 위한 제2단계 촛불항쟁’이 절실한 이유이다. 진보일수록 ‘선(先)적폐청산 국민전선’의 중요성과 ‘선(先)대중투쟁, 후(後)선거병행 원칙을 되새겨야한다.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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