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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에 있는 택배·이륜서비스 노동자 보호를 기대한다

기사승인 2019.08.26  13: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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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발의와 법 제정의 의미

IT기술을 만난 물류산업은 과거 제조업을 보조하던 3D업종에서 첨단산업으로 부상했다. 인터넷쇼핑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이를 배송하는 택배와 이륜서비스 산업이 급성장한 것이다. 매출액을 보면, 택배는 2008년 2조 3천억에서 2018년 5조 7천억 원으로 두 배 늘었고, 같은 기간 이륜서비스(퀵과 배달대행서비스)도 5천억에서 2조 5천억 원으로 다섯 배나 성장했다.

전통물류와 생활물류의 차이

전통물류는 공급자 중심으로 중량·대형 수출입 원자재의 기업 간 거래를 취급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았다. 그러나 생활물류는 경량·소형·다빈도 소화물을 취급하며 B2C거래(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간 전자거래)를 위주로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므로 이에 맞는 사업법의 제정이 필요했다. 이러한 산업적 차이 때문에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에서도 일반화물과 용달화물은 도로화물운송업(493)으로 분류하고, 택배업과 늘찬배달업은 소화물 전문운송업(494)으로 다르게 분류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생활물류서비스법 발의

택배노동자들은 택배산업에서 ‘화물운송법’의 적용제외가 많아 오래전부터 택배법의 부활을 요구했고, 퀵·배달 등 이륜서비스 노동자들도 편법과 탈법의 지하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법의 제정을 요구해 왔다.

국토부는 2017년 11월 국무회의에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을 발표하며 백마진 금지, 택배요금 신고제, 표준계약서 마련, 산재보험 가입 확대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유통업체 등의 반대로 택배요금 신고제 등은 추진되지 못했다.

택배산업에서 2018년 산재 사망자가 발생해 대전터미널 가동이 중단됐고, 분류작업으로 공짜 장시간 노동이 여론의 비판을 받았으며, 저가경쟁으로 택배기업들의 수익률은 하락했다.

한편, 이륜서비스 산업에서는 영세업체들이 빈번한 산업재해를 방치하고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중간착취, 탈세 등이 만성화돼 지하경제의 양성화가 요구됐다.

이에 국토부는 생활물류산업의 발전과 안전사고, 종사자 처우개선 등을 도모하기 위해 ‘생활물류서비스법’의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연맹의 택배노조와 이륜차노조 등은 국회토론회, 언론 연속기고, 택배노동자 대회(청와대 앞 1000명 이상 참여) 등을 개최하며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을 요구했고 ‘서비스 질 개선’, ‘종사자 처우개선’,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성’ 등을 강조했다. 국토부는 노동자들의 합리적인 요구를 대부분 반영했고, 박홍근 의원 등 22명은 이해당사자 의견을 수렴해 지난 8월2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발의했다.

▲ 지난 7월11일, 서비스연맹과 참여연대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종사자 처우 개선, 소비자 보호 제정 취지에 맞게 생활물류서비스법에 반영되어야 할 택배/퀵/배달 노동자 요구 발표’ 기자간담회 [사진 : 서비스연맹]

생활물류서비스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법의 총칙, 목적에 ‘종사자 처우개선’이 분명하게 명시됐다.

2) 원청 택배사에게 영업점에 대한 지도·감독의 의무를 부과해 점장 마음대로 수수료, 계약해지 등 갑질을 하지 못하게 했고, 산업재해에 대해서도 원청의 책임을 강조했다.

3) 공짜노동 분류작업을 택배운전 종사자 업무와 구분해, 강요하지 못하게 했다.

4)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면 최소 6년간 계약이 보장되며, 이후에도 택배노동자가 중대한 귀책사유가 없는 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 또한 대리점 폐점 시에도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택배사가 보장하게 됐다.

5) 정부가 터미널 부지 건설을 지원해 작업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고, 터미널 내 차량 주행로, 차량 접안시설 등을 마련하도록 명시했다.

6) 이륜서비스 및 택배산업 종사자의 보호와 서비스의 향상이 제6장으로 독립되어 위상이 강화됐다. 6장 41조는 표준계약서 작성으로 중간착취를 제약할 수 있게 됐다. 43조는 백마진과 리베이트 금지로 요금 정상화 계기를 마련했다. 요금이 정상화되면 노동자들의 수수료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44조는 사업체 평가기준에 소비자 만족도, 안정성, 산재보상보험 가입률 등 종사자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45조는 휴식시간 및 휴식공간을 마련, 한파·폭염 등 이상기후 시 안전대책 마련 등이 명시됐다.

7) 법을 어겼을 때는, 개선명령 및 권고, 벌칙과 과태료 부과 등 처벌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8) 기본법에 담긴 내용은 이후 시행령과 시행세칙으로 구체화 돼 택배와 이륜차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안전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 그 의의

현행 노동법은 산업화 시대 공장노동자를 기준으로 제정된 것으로 고정된 장소로 출퇴근해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8시간 노동하는 임금노동자를 모델로 한다. 그러나 디지털시대 노동자들은 출근할 사업장이 없으며, 풀타임 노동이 아닌 호출이 있을 때만 일하고, 사장의 지시는 플랫폼의 중개로 바뀌어 건당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종사자(특고)’, ‘플랫폼 노동’이라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사용자들은 고용과 사회보험 책임 등을 회피하기 위해 앱 등 정보통신기술과 플랫폼 중개 모델을 새로 개발해 ‘플랫폼기업-영업점(배달대행지사)-플랫폼노동자’라 사업구조를 창출했다.

플랫폼경제는 유휴자산을 공유하고 인터넷을 통해 연결비용을 제로화하는 장점이 있으므로 공유경제와 실시간 연결을 통한 경제활동 활성화 등을 꾀할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의 이동노동 플랫폼은 주로 비용절감과 사용자 책임회피라는 긱 경제(gig economy)의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특고와 플랫폼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노동법, 사회보장제, 근로기준법 등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노동법의 설계는 아직 논의 단계에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산업을 규정하는 사업법을 통해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생활물류서비스법은 최초로 플랫폼 노동인 배달·퀵서비스 산업을 규정하는 법이다. 등록제가 아닌 인증제라는 제한성이 있지만, 배달플랫폼 대행업체에게 노동자 안전에 대한 책임성을 부여하며, 생활물류산업 발전과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해 5년마다 기본정책 수립, 이를 위한 정책협의회 구성 등을 명시하고 있어 산업 양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생활물류서비스법은 무법지대에서 ‘공짜노동’, ‘저단가 경쟁’, ‘계약해지 위협’ 등에서 택배산업 정상화를 위해 택배법 제정을 요구해 온 택배노동자들의 염원이 담긴 법이다.

생활물류서비스법은 9월 국회에 상정해 올해 안에 입법할 예정이다. 노동자의 요구가 담긴 생활물류서비스법이 반드시 제정되도록 우리 노동자들의 여론전과 대중투쟁이 필요하다.

▲ 지난 6월24일 열린 ‘택배법 쟁취! 택배노동자 기본권 쟁취! 전국택배노동자대회’ [사진 : 서비스연맹]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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