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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검찰

기사승인 2019.10.07  15: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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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회관 745호실 이야기(8)

한 번씩 기자회견을 하려고 검찰청 앞에 갈 때면, 검찰과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내 나이 26살,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을 때였다. 묵비권을 행사하던 나는 검찰과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젊은 시절이었지만 학생회장,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로 감옥에 간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웠고, 대학생들의 자주적 단체인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만드는 법 논리는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검찰은 학생회장 명의로 만들어진 등록금 인하 요구 선전물도, 정부를 비판하는 선전물도 이적표현물로 만들어 놓았다.

고문이 없던 시절이었고 경험도 있어 겁날 게 없었지만, 검사가 나를 괴롭히는 방법은 간단했다. 아침 일찍 나는 수갑에 포승줄을 차고 검찰청으로 불려 나갔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하루종일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포승줄을 맨 채로 늦게까지 어두운 방에서 대기해야 했다. 하루 일과가 끝날 때쯤이면 검사는 나를 불러 안부를 묻고는 다시 구치소로 돌려보냈다. 며칠이 지나서야 이것이 검사가 수감자를 괴롭히는 방법의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한바탕 따지고 들었지만, 그는 친절하게도 수사 기간을 한차례 연장했다.

그 검사는 지금 자유한국당 의원이 되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유명 정치인이 된 공안검찰과 아직도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권력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억울한 감정이 생긴다. 심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스스로 진단을 해 보건데, 이건 ‘민주주의의 복수’라는 치유가 필요한 감정이다.

▲ 사진 : 뉴시스

직업적 특수성 때문인지 주변에는 이런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80, 90년대 무시무시한 공안조작 사건 연루자가 아니더라도 학생운동, 시민운동, 노동운동을 했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검찰과 마주쳐야 했다. 정치적 이유로 수사를 받았고, 수사과정에서 검찰 권력의 폭력을 경험했다. 시간이 흘러 그 세대 중 일부는 정치인 되어 검찰과 어깨를 나란히 할 권력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치유하지 못한 사람들의 상처가 많다.

멀리 있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세월호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상식적 분노, 삼성의 분식회계 조사를 지켜보는 계급적 분노는 여전히 있다. 권력과 자본 앞에 그렇게도 무능하고, 굼뜨던 검찰은 노동자 파업투쟁, 약자들의 불법에는 실력을 발휘한다. 통합진보당 수사 때는 피의사실을 유포하며 언론을 동원한 마녀사냥으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도 했다.

87년 6월항쟁부터 촛불 혁명까지를 돌아보면 정치는 점점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독재 권력과 공생하며 수사 권력을 독점하던 검찰은 주인을 잃어버린 꼴이 되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스스로를 지키기에 급급하다. 수사권·기소권 분리, 공수처 설치 등 구체적 내용은 몰라도 지난 수십 년 독재 권력과 공생하던 검찰의 모습을 지켜본 국민이라면 이런 검찰개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권력으로부터 검찰 독립이 아니라 검찰 권력의 국민으로서의 귀속이다.

정치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진보진영의 활동가들이다. 지금은 피해자들이 나서 억울함을 이야기할 때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수사, 별건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 의도된 기소유예, 피의사실 공표를 국민에게 고발할 때이다. 검찰개혁의 동력을 만드는 여론이 될 것이다. 피해자 대회를 열고, 피해자의 검찰 개혁안도 내놓아야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찬반이 진보개혁진영을 둘로 갈라놓았다. 그래서 진보진영에서는 검찰개혁과 관련한 논의가 어렵다. 검찰개혁은 조국 찬반과는 결이 다르다. 생각해보면 촛불 혁명의 성과는 오롯이 진보진영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진보진영이 억울해만 할 수는 없다. 촛불 이후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10만 명이 늘었다. 박근혜 정부가 해산시킨 통합진보당의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이야기를 하며 실력을 쌓아 갈 뿐.

이희종 김종훈의원 수석보좌관 minplusnews@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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