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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종’ 택배 노동자… 세금 썩히는 정치인에게 휘두를 채찍 생겼어요”

기사승인 2019.10.08  12: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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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원주민대회’를 만드는 사람들 - 택배연대노조 노원지회 김도균 씨

스페인의 포데모스,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

세계 곳곳에서 펼쳐진 ‘직접 정치’ 실험은, 정치가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때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밥 먹듯이 하는 일상의 한 부분임을 보여줬다.

노원에서도 대한민국 최초로, ‘표’로만 취급되던 주민들이 자신이 선출한 정치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하고 쟁취하는 새로운 정치방식을 선보인다. 오는 13일 열리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입법과 주민요구안 실현을 위한’ 노원주민대회>다.

학생, 택배기사, 택시 운전사, 노동조합 대표자, 정당인, 노점상, 주민, 종교인까지... 노원에서 그저 ‘평범한’ 얼굴로 ‘평범한’ 일상을 영위해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인다. 그리고 외친다. ‘우리가 직접 정치하자!’고.

새로운 직접정치 방식, 노원주민대회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아직은 어스름한 새벽, 강북구 수유동을 출발하는 하얀 택배 탑차에 분홍색 현수막이 선명하다. ‘노원주민대회’ 홍보 현수막이다.

강북구에 살며 4년째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도균 씨의 주 배송지역은 노원구 하계동이다. 도균 씨는 최근 노원에서 택배를 배송하는 동료들과 함께 노조를 결성하고 진보정당에도 가입해 노원구에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도균 씨 택배 탑차에 붙은 노원주민대회 홍보 현수막

도균 씨는 예전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생업이 바빠도 라디오와 유튜브로 뉴스를 꼬박꼬박 챙기고, 술자리에서도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즐겨 했다. 지인들은 그런 그를 ‘별종’으로 대했다.

“정치인들 뽑아놓고 나면 본인들이 공약했던 거랑은 전혀 다르게 행동하잖아요. 당리당략만 중요하지 주민들이랑 했던 약속은 지키지도 않고…, 그런 사람들한테 들어가는 세금이 진짜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어요."

그러다 노동조합 지회장으로부터 ‘노원주민대회가 열리는데, 우리 지회도 택배 노동자 요구안을 제출하고 참석하자’라는 제안을 받았다.

‘노원구 예산으로 아파트 택배관리소 설치 요구’,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제정’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논의 끝에 ▲노원구 배송 택배회사 터미널 안전관리 실태 조사와 ▲택배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입법 서명에도 다 같이 참여했다.

“세금을 썩히는 정치인들한테 휘두를 채찍이 생긴 기분이었어요.” 노원주민대회에 대한 그의 첫인상이었다. “정치인들에게 직접 주민들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또 ‘정치 얘기 꺼내면 싸운다’라는 우리 정치 풍토에서 주민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자체가 소중하기도 하고요.”

그날 이후 김 씨는 노원주민대회의 열렬한 홍보대사가 됐다.

가장 먼저 택배노조 노원지회 동료들과 상의해 주민대회 홍보 전단을 택배물품에 끼워 배달하기 시작했다. 안면을 익힌 주민에겐 직접 전단을 건네며 주민대회에 초대했다. 결국 택배차 전면에 노원주민대회 홍보 현수막을 내걸기까지 했다.

택배연대노동조합 노원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택배 배송과 함께 배포한 노원주민대회 전단

“택배기사들이 아무래도 주민들을 많이 만나니까, 우리가 나서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시작했어요.”

김 씨도 동료들도, 택배를 배송하며 홍보물을 나눠준 적은 처음이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세 속도도, 자신감도 붙었다.

“정치인들에게 질타할 수 있는 자리니까 꼭 참석하셔서 의견도 내시고 사람들 얘기도 듣고 가시라고 하면 대부분 주민은 ‘그런 게 있냐’며 신선하게 여기시더라고요.” 김 씨는 뿌듯한 표정으로 주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반기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직접 정치’라는 말도 그렇고, 이렇게 주민이 직접 참여해서 권력을 갖자고 하는 게 생소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머릿속에 어떤 대회인지 잘 안 그려지는 거 같아요.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분명 공감 할 텐데….”

한편,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 소속 단체들과 노원 주민들은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국민소환제 입법촉구 서명과 주민요구안 설문을 벌여왔다.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보름이 채 되지 않아 총 8천 건의 국민소환제 입법촉구 서명이 모였고, 다양한 내용의 주민요구안도 1천 여 건에 달한다.

9월 주민대회 조직위원회가 공식 결성된 후엔 노원지역 내의 노동조합, 시민단체, 주민모임 차원의 공동요구안도 급속도로 모였다.

그간 취합된 요구안은 주민대회에 상정돼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 당일 참석한 구청장, 국회의원 등과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이 대회의 주 흐름이다.

“국회든 노원구 정치든, 국민을 두려워하게끔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우리 얘기를 듣죠. 국민소환제 같은 제도도 필요하고, 주민대회에 많이 모여 유권자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직접 목소리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 씨가 힘줘 말했다.

“노원주민대회가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함께 즐기며 할 말은 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직접 정치 아닐까요?”

커다란 짐 상자에 주민대회 전단을 올려두고 돌아서는 도균 씨의 발걸음이 가볍다.

김도균 씨

윤하은 담쟁이기자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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